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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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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말에 대해
Date : 2016-10-09
Name : 문근찬
Hits : 464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말이 있다. 화폐로서의 돈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으니 누구 돈인지 가릴 수도 없고, 또한 가릴 필요도 없고 잘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이 원리를 잘 적용해서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 속담이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에 의해서 좀 이상하게 쓰였다. 정운찬 이사장은 어느 신문에 쓴 칼럼에서 “개성공단에 지급된 돈에는 꼬리표가 없으므로 핵미사일 개발비로 전용되었다는 주장은 잘 못된 것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중앙일보 2016. 2. 29일자 칼럼, 정 이사장의 글 중에서(인용) –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난 16일 국회연설에서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폐쇄 이유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의 볼모 가능성과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핵미사일 개발비로의 전용이다. 대통령이 지적한 두 가지 사항은 개성공단 건설합의서가 체결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반대론자들이 줄곧 주장해 온 내용이다. 그런데 ‘임금 전용’은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증거 없다고 고백했다. 하기야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반대 이유로는 ‘볼모론’ 하나만 남는다. "


그는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경제계의 상식을 ‘당국자가 핵무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으므로 따라서 핵무기 개발에 사용했을 가능성은 배제됨’ 식의 논리를 편 것이다.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외화는 직접 쓸 수 없어 환전을 해야 한다. 북한에서 모든 외화는 환전된 후에 겉으론 '조선중앙은행'으로 가겠지만 결국은 김정은 정권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보력으로 조선중앙은행에 모인 달러가, 특히 개성 공단 임금으로 환전된 달러 중의 얼마가 핵무기 개발에 쓰였는지를 알아낼 수준은 아니므로 당연히 증거는 없다고 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증거 없으니 전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 북한 근로자들의 전체 임금 중 물품을 교환해주는 업체에 일부 돌아 간다고 해도 그 업체도 북한 당국에 큰 비율의 세금을 낼 것을 감안하면 총 임금의 대부분인 70~80%는 북한 당국의 수중으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부 장관도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고, 다만 구체적 증거를 내놓을 수 없어 정치적 수사를 하고 빠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을 정 이사장은 “꼬리표를 본 것이 아니니 핵개발로의 전용 주장은 틀렸다.” 식으로 말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리 안보 문제에 대한 코멘트 치고는 마치 북한 정권의 대변인 같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세습독재 북한 정권은 우리의 자유주의 경제와는 달리 그들은 은행에 모인 달러를 당의 마음대로 꼬리표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정황 상 최근 수 년간은 북한 정권이 외화자금에다가 민생용 꼬리표보다는 핵개발용 꼬리표를 우선적으로 붙였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북한의 수해 복구에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돌을 나르는 장면을 보면 알 만한 일이다. 정 이사장 같은 사회의 지도층이라면, 이런 말보다는 “아직 우리의 정보수집 능력이 못 미쳐 완벽한 증거를 대지는 못하지만 핵개발 전용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긴 수년 전 그는 ‘초과이익공유제’란 발상을 처음 내놓았던 바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돈에 꼬리표를 붙이자.”는 주장과 다름 없다. ‘초과이익공유제’란 용어는 그 후 한국사회를 ‘경제민주화’ 열풍으로 몰아가게 한 신호탄이 되었을 만큼 큰 이슈가 되었었다. 사실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작동하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돈에 꼬리표가 붙으면 안 되는 것인데 정 이사장은 한국 경제에 없어야 할 꼬리표를 애써 붙이려고 한 셈이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위원회(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하여 출범한 민간 위원회, 초대 위원장 정운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동반 성장이라는 취지에 따라 제안하였다. 초과이익공유제란 대기업이 해마다 설정한 목표 이익치를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대기업에 협력하는 중소기업의 기여도 등을 평가하여 초과이익(초과이윤)의 일부를 나누어 주자는 제도를 말한다. 즉, 임직원들에게 연말에 인센티브를 주고, 경영자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것처럼 대기업의 이익 공유 대상을 협력업체로까지 넓힌다는 의미이다.


전 GE 회장 잭 웰치는 “비록 달성이 안 되더라도 ‘stretch goal’ 즉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해야지 예산관리식의 고만고만한 목표를 설정하는 관리자는 GE의 기업문화에 맞지 않으므로 퇴출 1순위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했었다. 그만큼 글로벌 경쟁 하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일은 치열한 것이다. 이런 마당에 ‘대기업이 해마다 설정한 목표 이익치를 초과하는 이익’이라는 개념은 그야말로 한가한 발상이다. 아마도 초과이익공유제 하에서 대기업이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는 하청업체에 불리하므로 ‘적정한 목표’로 하향 조정하라는 규제를 필경 내놓았을 것이고, 그 뒤에도 수 많은 생각 못한 보완책을 위한 규제를 내놓았을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세계화된 경쟁에 도저히 용인되지 못할 수준의 관료주의 속에서 쇠퇴해갈 것이 뻔한 일이다.


언젠가 이분이 연사로 초청된 세미나에 간 적이 있었다. 저명한 경제학자로서 ‘초과이익공유제’의 실천방안이 무엇인지 관심이 있어서였다. 강연의 요지는 "대기업에 갈 돈을 중소기업에 가도록 제도화 해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취지였다. 기본적으로 정 이사장은 경제를 인위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경제학자라면,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구분 이전에 기업이란 끊임 없는 혁신으로 경쟁을 이겨낸 기업만이 대기업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중소기업 내지 중견기업에 주어지는 수 많은 보호장치와 보조금은 오히려 중소, 중견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더 클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작은 회사로 남아 있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고 있는 듯 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며 생겨난 수많은 규제장치들이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을 독일에서와 같은 강소기업으로 자라나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한국 같은 자유주의 경제체제에도 대기업, 중소기업이라는 구분을 일종의 꼬리표처럼 달아놓고, 그런 다음에 수적으로 많은 중소기업 쪽으로 돈이 돌아가게 하면 한국 경제가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틀렸다. 글로벌 경제 하에서는 그런 인위적인 정책을 펴는 즉시 한국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몰락할 수 있다.


정운찬 이사장이 시도한 바의, '대기업', '중소기업'을 계급적으로 양분해 놓고 경제를 재단하려는 모양새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이니 ‘초과이익공유제’니 하는 발상은 ‘경제민주화’라는 바람을 타고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경제민주화’의 원래 올바른 의미는 말 그대로, “돈에 꼬리표가 없으므로 ‘누구의 돈이든 1원은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민주화’는 “1원 1표가 아니라 1인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로 변질되었다.


아마도 경제학 중에는 '꼬리표 경제학' 같은 것이 있으리라고 상상해 본다. ‘꼬리표 경제학’은 모든 경제주체에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각각의 꼬리표마다 영업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세부 꼬리표까지 붙인다. 그리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각각의 집단들이 어떻게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지 재단해서 지침을 하달하는 것이다. 구 소련의 몰락한 경제학과 비슷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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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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