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필자와 미국에 사는 교육자 간에 양국의 공교육에 대해 게시판을 통해 서면으로 토의한 내용을 기록한 것임)
(문근찬/한국)우리 세대는 나라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을 때 직장생활을 시작했기에 기회가 참 많았습니다. 반면에 우리 때에 비해 요즘 대학을 나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연애, 결혼, 출산 등 중요한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3포세대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초년병 때 고생한 것은 지금처럼 기회조차 없는 것에 비하면 행복한 고생입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사태는 이미 벌어진 것이고, 젊은이들도 현상을 냉철히 판단해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된 데는 우리 세대를 비롯해서 기성세대가 방향을 잘 못 잡아 젊은이들을 ‘오염’시킨 탓이라 생각합니다. 오염 현상의 예를 들자면, 우선, 직장 취업이 안 되면 중견, 중소기업이라도 가야 하는데 모두가 대기업만 고집합니다. 그러나 대기업 일자리는 아주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수 많은 청년 실업자가 고시준비, 공무원시험, 아니면 졸업을 미루거나 도피성 대학원을 가는 식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혼도 최소 전세는 있어야 한다는 풍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결과 '3포'는 깊어지고,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출산률이 최하위에 속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나라가 망조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 내 나름 의심하고 있는 부분이 그 동안의 교육정책입니다.
수십 년 동안 공교육의 평준화를 내세우며 정부 주도의 규제를 했는데, 차라리 우리 때처럼 중학교부터 시험을 봐서 학교를 들어가게 했어야 합니다. 그러면 학생 본인도 부모도 비교적 일찌감치 자신의 적성이 공부 쪽인지 아닌지 판단을 할 수 있고, 공부 쪽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일찌감치 직업 전문학교 쪽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전혀 할 수 없도록 고교까지 평준화를 해 놓으니까, 모두가 대학을 가게 되었고 전문학교들까지 '승격'을 한다며 종합대학이 되었습니다. 공교육은 피폐해져서 선생들은 선생대로 의욕이 없고, 아이들도 학원에서 배운 것만 못하니까 학교 수업에 별 관심을 안 둡니다. 당연히 “나도 대학을 나왔는데 왜 내가 이런 데를 가야 하나?” 하면서 중소기업은 쳐다보지 않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대학 졸업자 중 많은 비율은 원래는 직업학교를 갔어야 하는데, 기성세대가 잘못 만든 정책 탓에 80% 이상 대다수가 대학을 나오게 된 것이므로, 이 중에서 낙오자가 생기는 것은 사실 당연한 현상입니다. 교육정책을 한다는 사람들이 "애들이 과외에 시달리고, 학부모가 과다한 사교육비에 힘겹다."는 '착한 마음'으로 평준화 정책을 폈지만, 이런 착한 마음이 결과적으로는 오늘날 참혹한 결과를 가져 온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교육정책은 요즘 좌파 교육감들이 그나마 있는 자율고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 방향, 즉 평준화의 신념과는 완전 반대 방향입니다.

(신흥식/미국) 한국 교육, 미국 교육을 비교하는 것은 참 힘듭니다. 미국 (초-중-고) 공교육의 여러 목표 중의 하나는 미국 시민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 시민은 대의자를 선출하는 투표, 재판 사건의 배심원, 그리고 납세의 의무가 있습니다. 또 미국 공교육은 (가능한) 능력에 따라 가르칩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따로 모아 더 많이 가르치고, 우수한 아이들은 학년을 뛰어넘어 월반을 시킵니다. 아주 잘하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도 대학에서 수업을 듣게도 합니다. 내가 아는 아이 하나는 수학을 워낙 잘해 고3 때 (Penn State)대학원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대학에서 강의를 들어 학점을 미리 따고,나중에 대학에 들어가 학점으로 인정받습니다. 즉 고등학교 때 대학 학점을 미리 딸 수가 있습니다. 물론 뒤처진 아이들을 위해 이런 아이들을 따로 모아 추가 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또 하나, 미국의 공교육은 주로 지방 정부에서 맡아서 합니다. 공교육비의 대부분은 주민들의 교육세, 재산세로 충당합니다. 그래서 주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학교의 재정 상태가 많이 다릅니다. 또 사립 학교도 많습니다. 기숙사까지 있는 사립학교도 많고요. 어쨋든 연방 정부는 공교육에 별로 하는 일도 예산도 많지 않습니다.
대학은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또 잘하는 학생들은 장학금을 주고 또 Honor Class를 만들어 더 많이 가르칩니다.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Tutor Center를 만들어 도와 줍니다. 그래도 잘 못하면 1차, 2차 경고 후에 퇴학이 됩니다. 우리 학교에도 Staight F (All F)를 받는 학생들이 매년 100명이 넘습니다. 우리 대학 교수들의 학점이 짠 편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미국 대학에 정원은 없습니다. 자기네 대학에서 수학 능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입학 허가를 줍니다. 어떤 해는 많이, 또 어떤 해는 적게 내줍니다. 대개 예상 정원의 150% ~ 200% 정도 입학 허가를 내줍니다. 궁극적으론 학생이 선택합니다. 미국의 교육계에서 평준화(equality of outcome)라는 말은 잘 들어본 적이 없고 기회의 균등(equality of opportunity)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습니다.

(문근찬/한국) 신교수님,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의 추구가 진정한 해답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나름대로 주정부의 상황에 따라 공립학교가 각기 차이가 나고 사립학교도 허용되어 학생의 선택에 따라 수업료가 더 비싼 곳에 갈 수도 있고 적은 데에 갈 수도 있군요. 즉 평준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학 정원도 대학 당국의 재량으로 정해서 뽑되, 졸업의 요건은 대학이 알아서 철저히 관리한다는 것이고, 교육당국은 그런 재량을 허용한다는 풍토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한국의 공교육은 평준화 되어 있어서 모든 공립 고등학교는 동일한 교과에 동일한 학비,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데에 가기 싫으면 돈 더 들여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갈 수 있지만 경쟁률이 높고, 이것도 없애야 한다는 압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사실상 ‘하향평준화’되었고, 다소 맥빠진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은 학교수업보다 학원을 더 중시하고, 학교에서 학원 책을 펴 놓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공교육의 평준화 정책이 심화되면서 교사들도 열심히 해야 할 동기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직업적인 사명감이나 동기부여 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연금은 확보되어 있고 명예퇴직금이 나오니 차라리 그만두자.” 하며 명예퇴직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명예퇴직 신청이 너무 많아서 재정이 부족한 이유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미국 공교육은 주정부에 주어져 있고, 학교의 재량이 많이 주어져 있는 편인데 비해 한국 공교육은 교육당국에 의해 '평준화'를 강제 당하는 체제인 점이 제일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고교 졸업 후 오늘날까지 줄기차게 '평준화'를 강화한 것을 보면, 교육계에서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자유주의, 경쟁, 시장경제 이런 것을 배척하고 평등주의,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한국의 교육정책으로서 '평준화'라는 개념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당국은 큰 틀만 정해주고, 학교 별로 학교장의 재량권이 커지고 교육위원회를 꾸려서 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다녔던 고교 시절을 회상해 보면, 공립학교인데도 당시 교장 선생님은 우수한 교사를 모셔 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대부분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열심히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공교육이 잘 되는지 아닌지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교사가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이 학원이 아닌 학교 교사의 수업에 만족하고 존경심을 갖는지 살펴보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