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말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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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6-10-09
Name : 문근찬
Hits : 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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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말이 있다. 화폐로서의 돈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으니 누구 돈인지 가릴 수도 없고, 또한 가릴 필요도 없고 잘만 쓰면 된다는 것이다.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은 이 원리를 잘 적용해서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 속담이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에 의해서 좀 이상하게 쓰였다. 정운찬 이사장은 어느 신문에 쓴 칼럼에서 “개성공단에 지급된 돈에는 꼬리표가 없으므로 핵미사일 개발비로 전용되었다는 주장은 잘 못된 것이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중앙일보 2016. 2. 29일자 칼럼, 정 이사장의 글 중에서(인용) –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난 16일 국회연설에서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폐쇄 이유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의 볼모 가능성과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핵미사일 개발비로의 전용이다. 대통령이 지적한 두 가지 사항은 개성공단 건설합의서가 체결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반대론자들이 줄곧 주장해 온 내용이다. 그런데 ‘임금 전용’은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증거 없다고 고백했다. 하기야 돈에 꼬리표가 달려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반대 이유로는 ‘볼모론’ 하나만 남는다. " 그는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경제계의 상식을 ‘당국자가 핵무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으므로 따라서 핵무기 개발에 사용했을 가능성은 배제됨’ 식의 논리를 편 것이다.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외화는 직접 쓸 수 없어 환전을 해야 한다. 북한에서 모든 외화는 환전된 후에 겉으론 '조선중앙은행'으로 가겠지만 결국은 김정은 정권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보력으로 조선중앙은행에 모인 달러가, 특히 개성 공단 임금으로 환전된 달러 중의 얼마가 핵무기 개발에 쓰였는지를 알아낼 수준은 아니므로 당연히 증거는 없다고 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증거 없으니 전용될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 북한 근로자들의 전체 임금 중 물품을 교환해주는 업체에 일부 돌아 간다고 해도 그 업체도 북한 당국에 큰 비율의 세금을 낼 것을 감안하면 총 임금의 대부분인 70~80%는 북한 당국의 수중으로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부 장관도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고, 다만 구체적 증거를 내놓을 수 없어 정치적 수사를 하고 빠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을 정 이사장은 “꼬리표를 본 것이 아니니 핵개발로의 전용 주장은 틀렸다.” 식으로 말한 것이다. 국민의 생명이 달리 안보 문제에 대한 코멘트 치고는 마치 북한 정권의 대변인 같은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수년 전 그는 ‘초과이익공유제’란 발상을 처음 내놓았던 바 있는데, 이것이야 말로 “돈에 꼬리표를 붙이자.”는 주장과 다름 없다. ‘초과이익공유제’란 용어는 그 후 한국사회를 ‘경제민주화’ 열풍으로 몰아가게 한 신호탄이 되었을 만큼 큰 이슈가 되었었다. 사실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작동하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돈에 꼬리표가 붙으면 안 되는 것인데 정 이사장은 한국 경제에 없어야 할 꼬리표를 애써 붙이려고 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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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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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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